퀸즈타운을 6월에 가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겨울 초입이라 산 위쪽은 이미 하얗게 덮여 있었지만, 날씨는 시시각각 바뀌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 아래 파도치는 호수를 보다가, 몇 시간 뒤엔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잔잔한 golden hour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눈이 온 모습과 오지 않은 모습을 한 자리에서 다 볼 수 있었던, 변덕스러운 하루를 기록해본다.
와카티푸 호수, 파도가 치던 오후
퀸즈타운의 상징인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는 그날따라 바람이 거셌다. 잔잔한 호수를 기대했는데,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와 부서지는 모습이 마치 바다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은 정상 부근이 눈으로 덮여 있었고, 낮게 깔린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마을과 스키장 곤돌라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나무 선착장이 하나 나온다.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며 끝까지 걸어가면, 건너편으로 눈 덮인 봉우리와 그 아래 자리한 퀸즈타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에 작게 보이는 건물은 곤돌라 전망대인데, 이 각도에서 보면 마을 전체가 산에 폭 안겨 있는 느낌이 든다.
TSS 언슬로와 선더 젯 — 호수의 두 얼굴
퀸즈타운 선착장에는 대조적인 두 척의 배가 함께 정박해 있다. 하나는 1912년부터 호수를 오간 증기선 TSS 언슬로(Earnslaw) — 클래식한 굴뚝과 돛대가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새빨간 색의 선더 젯(Thunder Jet) 보트가 정신없이 드나들며 대비를 이룬다. 하나는 100년 넘은 역사를, 다른 하나는 스릴 넘치는 속도를 상징하는 듯했다.
노을이 질 무렵 이 두 배와 함께 담긴 산맥 사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컷 중 하나다.
플로팅 바에서 만난 잔잔한 오후
같은 선착장이지만 날씨가 갠 순간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됐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호수도 거울처럼 잔잔해졌다. 물 위에 떠 있는 플로팅 바(Floating Bar)를 배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은 눈 없이 갈색 능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같은 장소, 같은 날인데도 아침·오후·저녁의 색이 다 달랐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오리와 함께
호숫가를 따라 걷다 만난 버드나무 한 그루. 잎이 다 떨어진 겨울 가지 사이로 눈 덮인 봉우리가 액자처럼 걸려 있었다. 물 위에는 오리들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어서, 여행 사진 중에서도 유독 차분한 느낌을 주는 한 장이 됐다.
같은 호수, 같은 산인데도 날씨와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 하루였다. 눈 덮인 봉우리를 파도치는 흐린 하늘 아래서 보는 것과, 노을 진 잔잔한 호수 위에서 보는 것 — 퀸즈타운을 6월에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